술집 문이 열리더니 어깨가 축 처진 사내가 홀로 들어와 구석 자리에 앉는다.
며칠째 비 없이 흐리기만 한 바깥 날씨는 메마른 사내의 마음 빛갈이다.
오래된 연인에게이별을 통보 받았는지도,
직장에서 ` 그만 나와도 좋다`는 말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내는 평소에 잘 마시지도 않던 소주를 연신 들이킨다.
사내 옆에 벌어진 술판에선 술꾼들이 전화를 걸어 커다란 목소리로 술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세상살이의 고단함에 이리 치이고 저리 흠집난 사내는 세상 사람들이 그런 거침없음이
그런 당당함이 부럽고 또 두렵다.
술꾼들이 바닥에 떨어졌다며 바꿔 달라고 하는 젓가락이 영락없이 자기 모습같다.
그런 사내 모습이 퍽도 쓸쓸해 보였는지 술집 주인이 술안주로 작은 감자 몇알을 건넨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온기를 전하는 세상 유일한 존재인 검게탄 감자를 쥔 사내가 나직이 묻는다.
` 감자야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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