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름다운한국

60) 청평사 길.

산 그림자 2011. 8. 18. 16:09

 





경춘선 열차의 낭만이 사라졌다. 전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하지만 그 옛날부터 철로 위를 오가던 기차 여행의 맛을 얼마나 재현할 수 있을까? 경춘선 열차의 종착지인 춘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물 위의 길을 건너 도착한 청평사 계곡


목적지는 청평사였다. 오래 전 어느 날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던 청평사의 기억을 되짚어 길을 나섰다. 남춘천역에서 내려 소양댐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아름다운 소도시 춘천을 천천히 달렸다.

 

소양댐 버스종점이 이번 걷기여행의 출발 및 도착지점이다. 버스에서 내린 뒤 청평사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소양댐 선착장으로 걸었다. 드넓은 소양호의 풍경을 바라보는 가슴이 시원하다. 통통배는 느리게 물을 갈랐다. 주변 풍경도 여유롭게 스쳐간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배는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소양호의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물 위를 달리는 기분은 이번 걷기 여행의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소양댐 선착장에서 청평사 선착장을 오가는 유람선. 산도 좋고 물도 좋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데 상쾌하다.

 

 

청평사로 가는 길 초입은 식당거리였다. 호젓한 계곡길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시끌벅적한 그 거리를 지나면서 불평 섞인 말을 몇 마디씩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있다가 내려올 때 막걸리 한 잔 해야겠다며 웃는다.

 

상가 거리를 벗어나면서 길은 계곡과 가까워진다. 길 바로 옆이 계곡이다. 마지막 상가이자 매표소 건물을 지나면서 민가는 없어지고 계곡은 깊어진다. 이제부터 민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계곡이고 숲이고 길이다.

 

 

구송(구성)폭포 시원한 물줄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계곡 너럭바위 위로 맑은 물이 미끄러지듯 흐른다. 사람들 몇몇은 계곡으로 들어가 물에 젖지 않은 바위 위에 앉아 벌써부터 휴식이다. 길지 않은 코스이기 때문에 그렇게 쉬엄쉬엄 걷는 게 옳다. 그렇게 걸으면서 물소리 바람소리 나뭇잎소리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 얹으면 그것이 휴식이고 안식 아니겠는가.

 

계곡과 길은 계속해서 그렇게 나란히 이어진다. 걷다가 쉬고 싶으면 바로 옆 계곡으로 들어가 앉으면 그만이다. 맑고 푸른 물줄기와 숲의 정기가 온 몸을 감싼다. 너럭바위 위를 흐르는 맑은 물가에 쉬며 세수도 하고 목도 축인 뒤에 또 걸었다.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니 폭포가 나왔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두 개다. 폭포 아래 물이 많이 흘러 폭포를 정면에서 보지는 못했다.

 

그 폭포 바로 위에 더 큰 폭포가 있었다. 이번에는 폭포 아래까지 갈 수 있었다. 물줄기가 세차게 떨어지고 폭포 아래 웅덩이에 푸른 물이 고였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마음이 맑아진다. 그 아래 앉아 눈을 감았다. 폭포소리가 더 시원하게 들린다. 깨끗한 기운이 몸을 씻어주는 것 같다. 그렇게 앉아 쉬는 게 행복했다.


아래 폭포는 ‘쌍폭’, 위 폭포는 ‘구성폭포’라고 부른다. 옛 문헌에 따르면 이 두 개의 폭포를 일컬어 ‘이단폭포’ ‘형제폭포’ ‘쌍폭’ 등으로 불렀다. 다산 정약용은 위 폭포를 ‘구송정폭포’ 아래 폭포를 ‘경운대폭포’로 불렀다고 한다. 이름이야 어찌 됐든 층을 이루어 떨어지는 두 개의 폭포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폭포를 지나면 청평사가 나온다.

 

청평사 회전문. 보물164호로 지정됐다.
청평사 계곡에 내려오는 상사뱀 전설에 나오는 그 뱀이 이 회전문을 통과하려다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한다.

 

작지만 단아한 절, 청평사에서 되돌아서다

구송(구성)폭포 앞에 일행 말고도 여러 사람이 쉰다. 폭포 앞에 앉아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절이 보인다. 절로 올라가는 계단 전에 약수물이 있다. 약수 한 모금에 다시 한 번 깊은 숨을 쉬며 걸어온 길을 생각한다. 깊은 산 속은 아니지만 숲이 깊어 보이고 거대하지는 않지만 폭포까지 볼 수 있는 청평사 계곡의 자연은 어떻게 보면 쉽게 다가가서 깊은 숲의 향기를 누구나 마음껏 누리고 갈 수 있는 자비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기암절벽 수직단애의 아찔함 보다, 굽이치는 시퍼런 물줄기 우렁찬 폭포수의 경외심 보다, 누구나 발 담그고 놀 수 있는 친구 같은 자연, 그 속에 청평사는 있었다. 

 

청평사는 973년(고려 광종 때)에 세워진 절이다.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회전문은 보물 164호로 지정됐다. 회전문으로 들어가기 전 계단에 서서 큰 나무 두 그루 사이로 바라보는 절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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