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고개는 수리산 자락에 있다. 이곳 산골에서도 비교적 넓은 곳을 의미하는 납작골의 남동쪽에 위치한 골짜기다. 당숲은 이곳 납작골과 갈치저수지를 잇는 중간지점에 있다. 17세기 말 효종의 넷째 공주인 숙정공주와 동평위 정재륜의 쌍묘가 이곳에 만들어지면서 숲이 조성됐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는 당숲을 제외한 주변의 산이 일본인에게 매각됐다. 주변 산은 베어지고 낙엽송, 잣나무의 인공조림지가 됐지만 당숲은 수령 300년 정도의 나무 50여 그루와 함께 당당히 세월을 지켜냈다. 회색줄기가 근육처럼 울퉁불퉁 나와 있는 서어나무 다섯 그루는 당집을 중심으로 듬직하게 숲을 받치고 있다.
속달동 덕고개마을은 26가구 50명 정도가 사는 작은 부락이다. 옛집이 그대로 남아 작은 숲과 조화를 이뤄온 데는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올해 초 취락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당숲을 제외한 마을이 모두 개발제한이 풀렸지만 마을 사람들은 큰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 수리산 일대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당숲 인근도 테마공원이 된다. 주민은 단풍이 드는 가을이면 당숲이 아름답게 빛난다고 자랑한다. 전통의식을 몇 백 년간 이어온 숲은 작지만 위대한 힘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