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정말 서해일까?
모래미해수욕장을 돌아 길이 남쪽으로 돌아들면 갑자기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섬이 거의 보이지 않고 수평선이 쫙 펼쳐진 호쾌한 풍경이다. 서해에 이런 경치가 있었는지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관이다. 이런 길이 있는데도 서해는 완만하고 바다는 얕으며 섬이 많고, 장쾌하기보다는 나른한 풍경이라는 선입견을 갖는다면 큰 오산이 될 것이다. 백수해안도로는 서해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해안도로의 명품이다. 해변은 갯벌이 없이 깔끔하고, 길은 수면에서 꽤 높은 산중턱으로 나 있다. 바닷가 언덕의 하얀 카페는 발길을 붙잡고 전망 좋은 곳에 선 팔각정과 벤치들은 시선을 붙잡는다. 모래미해수욕장에서 9킬로미터 정도 가면 길가에 ‘동백마을’ 표지판과 함께 영화 [마파도] 촬영지 안내판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지독한 낙도로 등장하는 곳이 실은 여기 해변마을이었던 것이다. 영화 속 그대로 좁은 골짜기와 비탈에 들어선 집들은 바다를 훤히 내려다보고 있고, 마을 안쪽의 언덕길은 차마 걸어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다. 이렇게 완주하면 편도 22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이 길을 1시간에 주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행이 있다면 이 멋진 해변 길의 추억과 감흥을 되새기기 위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수없이 멈춰야 할 것이고, 혼자라면 풍경을 담기 위해 시선을 빼앗기게 되니 속도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의할 것은, 사진과 기억에 반드시 ‘서해안에 있는’ 영광 백수도로라는 토를 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다면 이 곳을 동해안의 어느 도로, 혹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섬의 바닷길로 착각하기 십상일 테니까.
코스정보
왕복해도 44km 정도로, 5시간이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다.
1. 법성포항이 내려다보이는 북쪽 언덕에 마라난타가 도착했다는 백제불교 최초도래지 공원이 있다. 여기서 출발해 영광 굴비 가게가 즐비한 법성포항을 거쳐 버스터미널을 지나면서 우회전, 대덕산(240m) 기슭을 오른다. 대덕산을 지나는 구간은 시멘트 길로 폭이 좁다. 고개를 넘으면 구수리의 작은 들판이 펼쳐지고, 곧 원불교 영산성지와 해안도로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2. 시간 여유가 된다면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왕복 3km 정도 되는 영산성지와 보은강 연꽃방죽을 돌아보고 나온다.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하면 모래미해수욕장 방면 해안도로로 나서면 된다. 영산성지와 연꽃방죽을 생략하려면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3. 잠시 들길을 지나면 출발지인 백제불교 최초도래지 공원이 좁은 바다 건너편으로 보인다. 이제 바다는 점점 넓어지기 시작하는데, 모래미해수욕장에 이르면 넓은 바다가 눈을 씻어준다. 코스는 일반도로지만 갓길이 넉넉하고 차량통행이 적다.
4. 모래미해수욕장에서 2km 남짓 가면 마침내 수평선이 쫙 펼쳐진 바닷길로 들어서고, 길은 남쪽으로 꺾어든다. 이후 전망대와 카페 등이 연이어 나오는 멋진 바닷길이 계속된다. 노을이 아름다운 노을정과 [마파도] 촬영지인 동백마을을 지나면 길은 내륙으로 들어가면서 해안도로가 끝난다. 동백마을로 내려가 해안 쪽의 좁은 마을길을 달려보고 다시 허우재를 넘어 되돌아오는 코스를 잡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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