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어선 대퇴매운 항아리들은
버선코 한 섧다고 아장아장 걸어와서
열릴듯 말듯한 싸립문 열고
휭하니 바람되어 심령처럼 날아갔다
내 한평생 엄니 한평생은 같기야 하겠냐만
바쁘다고 바쁘다고 소리소리 지르다가
한발 앞서간 울 엄니는
입은옷은 벗어놓고 영혼만 빠져 나갔다.
신묘년 동짓달 보름날의 긴긴밤을
세우다 세우다 울엄니는 나를 낳고
혼이고 꺼죽이고 새끼한테 다 주고는
헐렁한 이름 석자만 몸에 걸치고서
보리고개 힘던고개 세월속에 묻어두고
아서라 그 아픔이야 어린내가 알겠냐만
한 써린 말씀 한마디가
쓸거머니 찿아왔다 소리없이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