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름다운한국

58) 축령산 잣나무숲.

산 그림자 2011. 8. 18. 16:04




서울에서 북동쪽으로 약 45km. 자동차로 1시간이면 닿는 거리에 우리나라 최대 잣나무 유림지가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 경계에 있는 축령산 80여 년 전 심은 잣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잣 생산에 알맞은 기후 덕분에 깊은 향과 맛을 내는 가평잣을 생산하는 원산지이기도 하다. 이미 ‘아침고요수목원’과 ‘축령산 자연휴양림’으로 이름이 알려진 축령산 자락에 2010 6월 ‘치유의 숲’이 조성된다. ‘잣향기 푸른교실’이다.


축령산 잣나무숲 지도 보기


심신을 치유하는 숲의 의술

주말 아침 축령산으로 이어지는 도로 위는 나들이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 장소로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아침고요수목원’을 찾는 인파다. 수목원 입구로 대부분의 차량이 들어가고 한산해진 길을 따라가면 가평군 상면 행현리가 나온다. 다양한 잣 체험을 할 수 있는 가평영양잣마을을 지나고 20분가량 좁은 길을 운전해야 축령산 ‘잣향기 푸른교실’로 가는 산길이 나온다. 차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산길을 30분가량 더 걸어 올라가야 잣향기 푸른교실에 다다를 수 있다. 내년 6월 무렵에야 제대로 시설을 갖추게 되는 이곳에 ‘치유의 숲’이 조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숲의 효능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휴식을 넘어 치유 공간으로서의 숲을 재조명하고 있다. 나무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휘발성 물질 피톤치드는 각종 감염질환과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립산림과학원과 서울백병원이 최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개월 동안 산림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우울증 환자 9명의 HRSD(우울증 척도)가 평균 13점에서 5점으로 낮아지는 회복을 보였다고 밝히고 있다. 숲이 몸은 물론 마음의 병까지 치유한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자 산림청은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 18개 치유의 숲을 만들기로 했다. 축령산 ‘잣향기 푸른교실’도 그 중 하나다.

 

  • 1 '잣향기 푸른교실'이 조성되는 축령산 잣나무 숲길의 모습.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제공>
  • 2 축령산 삼림욕을 하면서 숲 해설사로부터 야생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가평영양잣마을 제공>


다람쥐가 사람을 구경하는 숲길 걷기

축령산 등산길에 올랐다.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잣향기 푸른교실 시설이 들어서는 곳까지만 걷기로 했다.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길. 축령산의 시원한 물줄기는 장마철이 지나고 더욱 쾌활한 소리를 낸다. 하늘과 맞닿을 듯 쭉 뻗은 잣나무는 늠름한 위용을 뽐낸다. 1933~34년 일제강점기 축령산에 심어진 잣나무 5만 그루는 약 18ha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평균 높이 20m의 건강한 나무는 시원스레 그늘을 만들어낸다. 잣의 향기보다 더 고소한 잣나무의 냄새는 왜 이곳에 치유의 숲이 들어서는지 공감하게 한다. 길을 걷다보면 이름 모를 들꽃 사이로 나비가 날아다니고 잠자리가 친구를 만난 양 등산객 옆을 스친다. 숲 속에서 후다닥 뛰어가는 다람쥐는 올라가는 동안 5마리나 만났다. 나무에 서서 지나는 사람을 구경이라도 하는 듯 태연하게 움직인다. 근처 수목원과 휴양림으로 사람이 몰리고 이 등산길에는 평소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산길 옆으로 숨어 있는 계곡은 맑고 차가운 물을 선사하는 휴식처가 된다. 축령산 계곡으로 가족과 피서를 온 최용구(45, 수원시)는 “아침고요수목원에 오려고 축령산을 검색하다가 이쪽 등산로를 알게 됐다”며 “계곡이 시원하게 흐르고 한적해서 참 좋다”며 마음에 들어했다.

 

잣으로 슬로푸드 체험해요

가평잣은 국내 잣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축령산 아랫마을인 행현리도 잣과 관련된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을에는 슬로푸드체험장이 들어서 손님을 맞는다. 잣은 올레린산, 리놀레인산 등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뤄져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혈압을 내리게 하는데, 슬로푸드체험장에서는 잣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축령산 자락에서는 매년 처서가 지나면 잣을 따기 시작한다. 올해는 잣 수확이 한창인 9 19일부터 이틀 동안 잣축제도 열릴 예정. 2010년 조성되는 잣향기 푸른교실에는 명상을 할 수 있는 휴게시설, 건강증진코너, 치유의 숲길, 약초원 등이 마련되고 숲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령산 등산로까지 좁게 이어지는 도로는 확장공사에 들어갔고 마을 주민의 기대도 높아져 있다. 걷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잣나무 숲길은 곧 치유의 숲으로 사람들을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