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 산림욕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대부분 동물을 보기 위해 입장료를 낸다. 그래서 연인, 친구,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다. 산책을 하듯이 각종 동식물을 접하는 경험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떨치는 좋은 계기가 된다. 하지만 서울대공원 안에는 몸의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공간도 적잖이 있다. 서울대공원 외곽을 빙 둘러서 조성된 산림욕장도 그 중 한 곳이다. | |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지도 보기
우리나라 동물원 100년 역사

서울대공원은 경기도 과천에 있다. 하지만 ‘서울’이 들어간 이름처럼 서울시에 속해있는 공원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우리나라 동물원 100년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 동식물원은 1909년 11월 1일 창경원에서 문을 열었다. 사실 창경원은 일제가 창경궁을 격하시켜 붙인 이름이다. 1483년 조선 성종 때 창건한 창경궁은 선대 왕후들의 거처로 사용됐었다. 하지만 1909년 한반도의 지배권을 거머쥔 일제는 문정전 등 전각을 헐어 동·식물원을 짓고 수천 그루의 벚나무를 심어 일본식 정원을 가꿨다. 위엄 있던 왕후의 거처가 일제의 놀이동산으로 전락한 것이다. 1931년에는 경복궁 동십자각과 창덕궁 돈화문 앞을 잇던 길이 연장돼 역대 왕의 혼을 모신 종묘와 창경궁의 연결이 끊겼다. 해방 이후에도 창경궁은 복원되지 못했다. 1963년 사적 제123호로 지정됐지만 서울시내에 마땅한 가족공원이 없던 터라 창경원은 꽃놀이와 동물원 나들이 장소로 인기를 모았다. 1960년대 말이 되자, 동·식물원을 이전하고 창경원을 창경궁으로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간 300만 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면서 궁궐의 훼손도 심해졌고, 새로 동물을 들일 공간도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 |
 |
 |
- 1 산림욕장은 물론 서울대공원 안의 모든 풍경이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윤정기자>
- 2 서울동물원 안으로 들어와야 산림욕장에 입장할 수 있다. <이윤정기자>
|
“평양동물원보다 크게” 과천에 서울대공원 건립

1977년 창경원 동물원의 첫 이전 계획은 과천 막계2리 24만 8,000㎡(7만5000평) 부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평양동물원(268만㎡· 81만 1,000평)보다 크게 지으라”는 명령을 내리자 부지는 당초보다 10배 이상 넓은 290만여㎡(87만 8,500평)가 됐다. 1984년 5월 1일 서울대공원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 현재는 277만 평 대지에 348종 1,975마리의 동물이 보호·관리되고 있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1994년 서울대공원 외곽 청계산(621m) 능선에 8km의 길을 정비해 조성됐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결되는 주길 6.92km, 서울대공원으로 다시 빠져나올 수 있는 샛길 1.08km 구간이다. 선녀못이 있는 숲, 원앙이 숲, 밤나무 숲, 독서의 숲, 사귐의 숲 등 11개소의 휴식공간과 옹달샘, 맨발로 걷는 길 등 편익시설이 마련돼 있다. 천연림 속 자연학습장인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 유한킴벌리, 산림청이 공동주최한 제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 |
오르락내리락, 등산을 준비하세요

산림욕장에 들어서려면 일단 서울동물원에 입장해야 한다. 동물원 관람은 입장료가 따로 있기 때문에 오전에는 동물원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산림욕 체험을 하는 것이 좋다. 출발점은 서울동물원 호주관 옆으로 난 출입구나 유인원관 뒤쪽으로 나 있는 출입구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산림욕장 전체를 도는 데는 3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1시간, 2시간 코스로 다녀오고 싶다면 샛길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동물원 외곽길을 따라 남미관 샛길, 저수지 샛길, 맹수사 샛길이 나 있어 체력안배를 고려한 코스 짜기를 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일반적인 산책보다는 등산에 가깝다. 오르막 내리막이 연달아 이어지기 때문에 간편한 옷차림과 등산화를 꼭 착용해야 한다. 동남쪽에 마주하고 있는 관악산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데 반해 청계산은 흙층이 두텁고 수림이 아름다운 산림욕에 적합하다. 소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470여 종의 식물과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너구리 등 35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숲길을 걷다가 ‘부스럭’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다람쥐가 재빨리 몸을 숨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게다가 가을을 맞은 청계산은 고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울긋불긋한 낙엽 카펫을 깔아놓았다. 경사가 심한 곳은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고 나무 수종마다 이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등산을 하다 지칠 만하면 벤치와 쉼터가 등장해 한숨 돌려가는 여유를 준다. 산림욕 코스가 동물원 안에 출입구가 있는 데다 청계산 등산로와는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용객은 500명 정도다. 그래서 단풍 숲을 독점한 듯 여유롭게 가을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의 매력 중 하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