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100년 정도의 피나무 위에 새겨진 지도

대동여지도 목판의 크기는 목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가로 43cm, 세로 32cm 내외이며 두께는 1.5cm 내외이다. 일반적인 목판과 달리 손잡이 부분이 없으며 두께도 상당히 얇은 편이다. 목판의 재질은 수령 100년 정도의 피나무이다. 목판에는 남북으로 120리, 동서로는 160리 정도 되는 공간의 지리정보가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대동여지도의 두 면에 해당한다. 현존하는 목판 12점 중 11점의 경우 목판 앞뒤 양면에 모두 조각이 되어 있다. 이는 일반적인 책을 인쇄하는 목판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
목판의 한 면에만 조각이 되어 있는 경우는 대동여지도 표제 목판이 유일하다. 표제 목판은 대동여지도의 표제 부분을 인출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 면의 1/2을 활용하여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당저십이년신유(當宁十二年辛酉)’, ‘고산자교간(古山子校刊)’ 등의 글을 새겼다. 신유본의 수정작업이 대개 마무리된 시점에서 갑자본이 인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當宁十二年辛酉’라는 부분에서 ‘十二年辛酉’ 부분을 도려내고 대신 ‘원년갑자(元年甲子)’라는 글자 조각을 삽입하여 인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는 이 부분이 결실되어 글자 조각을 끼워 넣었던 홈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한편 함경도 함흥지역의 지도가 조각되어 있는 목판의 뒷면에는 지도가 아니라 필사용지를 인쇄하기 위한 조각이 되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필사용지를 인쇄하기 위해 괘선과 판심을 조각해 둔 이 면에는 마치 연습을 위해 조각한 듯한 점선이나 섬의 형상도 조각되어 있다. 지도가 조각되어 있는 면과 마찬가지로 이 면에도 짙게 먹물이 스며 있어서 실제 필사용지의 인출 작업이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목판으로 제작한 필사용지는 조사 결과 김정호가 편찬한 대표적인 지리지인 [대동지지]의 일부 지면을 필사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즉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대동지지] 제15책 방여총지(方輿總志) 일부에서는 이 목판을 인출하여 필사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이 용지에는 목판에 새겨진 점선이나 섬의 형상이 인출되어 있어서 일치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목판 위에 여러 지역을 새겨 목판을 절약하다

일부 해안, 도서지역을 판각할 경우 전체 목판면의 일부만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 때 여백으로 남는 공간에는 다른 지역의 지도를 판각함으로써 목판의 활용도를 높인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현존하는 목판 가운데에는 함경도 명천 지역과 단천 지역의 2개 지역을 한 면에 함께 판각한 경우도 있고, 평안도 용천 지역, 함경도 북청 지역, 경기도 교동 지역 등 3개 지역을 함께 판각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여러 지역의 지도가 한 면에 함께 판각된 경우에는 인쇄하고자 하는 부분에만 먹물을 발라 일부만을 인쇄하여 활용하였다. 곧 필요한 지도부분만을 인쇄하여 적절한 위치에 제본하였던 것이다.
위의 사례 이외에도 경상도 동래와 전라도 흑산도지역이 함께 조각되어 있으며, 경상도 울산지역과 전라도 지도, 임지도 지역이 함께 조각되어 있다. 이처럼 현존하는 목판에서 확인되는 사례 이외에도 [대동여지도] 판본에도 이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 예컨대 대동여지도 13층 지도에는 동해안의 강릉 연안에 무의도(無衣島)라는 섬의 인쇄 흔적이 남아 있는데, 무의도는 같은 13층의 서해안 강화도 남측에 있는 섬이다. 이로써 목판이 현존하지는 않지만, 동해안 강릉 연안 지역의 지도와 서해안 강화도 지역의 지도가 같은 판에 조각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