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문학 공간

30) 바람결에

산 그림자 2011. 4. 23. 08:07

 

 

어지간하게도 아쉬웠던 모양새다.
허터러진 몸가짐에 후질근한 차림새가...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지르다 지르다
지풀에 스러져간 어설픈 자리들을
아침에도 억새같은 바람은 휩쓸고 지나갔지.

떠나갈 때는 한마디 말 없다가
잊어 버릴만하면 찿아오는 이름들
따닥 따닥 붙어서 어스럼할 정도로 무서운데
언제쯤이면 될러나
훈훈한 바람결에 묻어 줘야할 그 많든 그리움을

밤 새우며 쓰고 찢고 반복되던 그 시간이
애 닮도록 애잖하던 그 시절 마저도
한겹 두겹 벗겨내다 보니 남은것이 없다
그래도 내 놓으라고 육박들을 지르니
이제는 어쩔수 없이 쥐어 짤수 밖에 더 있겠소.

아비 어미 손잡고 개구리 걸름했던 어린시절 기억은
아무리 들춰 내려고 해도 나타나지 않는것은
내 세 에서는 나는 과연 무었이 되어 있었다가
아비 어미 몸을 빌어 이 세상에 나왔을까
이미 바꿔져 버린 처지가 한 쓰러운건 어쩔수 없지 않겠소만.

꽃이 예쁜것은 시들기 위함이고
인생이 아름다운것은 늙기위한 준비라
끝까지 악쓰면서 벗티도 버텨도 결국은 제 갈길로 가야하고
미련이야 무지하게 많다한들 그래도 우짜겠소.
모두들 떠나 가는데 나만 남아서 뭐하겠소.

맘이 안정되지 않으니 생각은 멋되로 나 다니고
밑에서 보고 있는 손발이야 오죽하랴
지켜보면서 시키는데야 더 말할 필요가 없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