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점박이
그눔 잘 생겼다.
멀 먹였길레 이런 인물이 된기고..
여섯 일곱살 먹은 우리 점박이 황소를 보고 한마디씩 한 옛날 이야깁니다.
삼순씨네 송아지나 자갈형님이 타본 소하고는 비교도 않될 만큼
고향 영천에서는 그래도 내놔라 하면 우리 점박이를 꼽을 정도로
덩치나 힘 쓰는데는 이거(엄지손가락 쫘학 핀거)였으니 모두 탐은 많이 냈던 소는
분명한데요.
막내 손자한테 지랄 한번 하고는 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져 버린게 아닙니까.
고2때 동네 뒷산 골짝에 소 먹이러 가서 일인데요
소는 그냥 풀어 놓으면 이리저리 다니면서 풀을 뜯다가
심심하면 나무에 몸도 문질러 껄고 퍼질고 앉아서 되세김질도 하고 지마음데로 하는데
오늘도 어느때와 다름없이 그렇게 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땅이 꺼져라고 제자리에서 미친듯이 뛰는게 아닙니까.
소가 있던 그자리는 금방 흙이 더러나고 먼지가 풀풀 났어요.
나도 놀라서 왜그렇냐고 가까이 가서 보니까.
누우런 뱀 한마리가 밟히고 밟혀서 떡이 되어 있데요.
그런데 점박이 눈 색갈이 이상하게 변해 있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해가 뉘엇할때 점박이를 앞세우고 꼴을 가득체운 크다란 망테를 메고 산 중턱의
뽕나무 밭을 지나면서 소가 뽕나무 잎으로 혀를 내 밀길레
빨리가자"하고 손에 잡고 있던 밧줄남은 끝부분으로 엉덩이를 첬는데
갑자기 이눔의 소가 푸우-- 쒹-쉬익 코소리를 내 품더니
돌아서서 지한테로 화악 달려 듭디다.
꼴망테를 벗어버리고 뽕밭으로 냅다 뺏는데
이눔이 꼴망테한테 뭔 왠수가 젖는지 뿔에 걸고는 마구 돌려 버리데요.
꼴이 사방으로 쏟아져 날리고 세파랗게 날쓴 낫은 어디로 팅겨 나갔는지 ...
기다렸다가 좀 잔잔해지길레 꼴 망테를 집어들고 멀찌감치에서 소 고삐줄을 잡으니까
요놈이 조용하게 서 있데요
그래서 조심조심 앞세워서 내려오다가 남의 콩밭 콩잎에 혀를 내 밀길레 "않된다" 하고 첬는데
또 느닷없이 뒤돌아서 막네 쥔한테 달려 듬니다.
삼순씨 같이 위에 밭뚝으로 후닥닥 가어 올라 갔어요.
화난소가 달려들때 숲속이나 언덕밭이로 도망 가야 합니다.
잘 달린다고 좋은길로 내 빼다가는 소뿔에 붙잡혀 영락없이 공중으로 날아 갑니다.
무서워 어쩔수 없어 고삐 줄 먼쪽을 나무에 묶어놓고 집으로 와서 일군들한테
이야기 해서 소를 몰고 왔는데 그렇게 순할수가 없었데요.
모두들 거짓말이라고 날 놀렸는데 유독 나만보면 이눔의 눈 색갈과 숨소리가 달라졌어요.
한날은 할배가 그걸 보시고 "않되겠다. 앞에 가를 불러 몰고 가라케라"
앞집의 집안 형님이 소장수 였는데 그늠 점박이를 제일 탐내고 하던차에 연락받고
득달같이 와서 보고는 "어-- 이눔이 갔뿐네. 갑자기 와이카노" 아쉬워한다.
"그눔이 포야한테 몹쓸짓 했딴다. 몰고 가거래이" 그래서 끌고 가는데
그 큰 덩치에 정신이 홲가닥가서 애를 먹었데요.
코뚜레에 긴 막대를 달고 앞에서 끌면 뛰어서 올라탈려고 하고
앞세우면 빙빙돌고 해서 우리 일군하고 같이 밀고 당기고 해서 그기까지 갔는데
문 안으로 않들어 갈려고 기를 쓰면서 그렇게 눈물을 흘리더레요.
어쩨-- 지금 지 가슴이 이상해 지네요.
불쌍한 점박이 얼굴이 세쌈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점박이는 지형님 누렁이와 동생 뚱땡이를 두고 먼저 갔어요.
집에는 할배가 챙겨오라는 지 꼬리같은 등골만 보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