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문학 공간

15) 밤에 오는 비

산 그림자 2011. 4. 22. 07:27

 

 

 

뿌옇던 날씨가 검게 타 버린 밤에
추적 추적 거리면서 제법 많은 비가 내립니다.
태어나는 아품을 싸 않을 듯이 내리는 비는
자정이 넘어 서면서 힘을 더 냅니다.

가고 나면 언제 또 만날까
어설푸게 내 밀던 하얀손이 그리워
밤에만 내리는 비는 조용하게 내립니다.
누가 알아 버리면 괜히챙피 해질까 .

낮에는 호젖한 산아래 길가의 노란 민들래를 보고왔고
그 옆에 따라 핀 진한 자주색갈의 재비꽃도 봤어요.
지금은 가로등이 폈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봄비는 밤한테 업혀서 삐치듯이 내립니다.

알싸한  봄 맛이 미리 입맛 당기는 이 시간에
허기가 담을 넘어 꼬리를 싸리면
빗줄기는
빗 줄기는 멀리서 바라보는 누이의 눈 길 같이
그윽하고 촉촉하게 처마 끝을 구릅니다.